내가 적긴했지만 매그놀리아 존나 폐급새끼인듯
몸의 기억
매그놀리아의 불능은 발렌타인의 존재로 완전히 해결됐다. 돌로레스도 매그놀리아의 발기부전이 나았다는 걸 바로 알았다. 발렌타인을 포로로 붙잡은 날, 매그놀리아의 그것이 바지 위로 존재감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돌로레스는 묘하게 난처한 얼굴이었다. 축하해야 할 일인지, 아니면 다른 반응을 보여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돌로레스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기억나게 만들라고 했지만 매그놀리아는 듣지않았다. 명령 불복종이었지만 상관없었다. 물론 돌로레스도 매그놀리아가 따르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때문에 기억을 찾을 의지가 없는 발렌타인보다도, 찾게해야 할 의무가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않는 매그놀리아 쪽을 문책하며 있는 대로 성질을 부려대는 것이다.
매그놀리아의 입장은 언제나 하나 뿐, 발렌타인의 마음이 가장 중요했다. 한 침대에서 잠이 들고 함께 눈을 뜨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처럼 느껴져서 울고싶은 기분이었다. 매그놀리아는 어떤 관계도 강제하지 않았다.
다만 자위는 했다. 안 하면 발렌타인만 옆에 있어도 사춘기 소년처럼 아랫도리가 반응했으니까. 오랫동안 그런 감각을 잊고 살아서 방심했다. 발렌타인도 바지 위로 윤곽을 드러내는 그걸 볼 때마다 어딘가 어색하게 굴었다. 그래서 매그놀리아는 몇년만에 발기한 제 것을 움켜쥘 수 밖에 없었다. 밤이 되면 발렌타인이 자신과의 동침을 위해 기름으로 뒤를 적셔 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생각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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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기억
⠀⠀⠀매그놀리아×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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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놀이는 언제까지 할 생각이야?"
이 날도 매그놀리아가 공개적으로 혼나는 날이었다.
기억의 주체인 발렌타인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자기 일인데도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이었다.
"나 말야, 꽤 시간을 줬다고 생각하는데."
돌로레스의 목소리에 짜증이 가득했다. 화가 났다기보다는 지친 것 같았다. 옛날에 했던 걸 지금 차근차근 해보고 있다고 매그놀리아가 설명했다. 발렌타인도 원래 생활하던 공간이었던 탓인지 어느 정도는 자연스럽게 익혔다.
말그대로였다. 진전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최근 발렌타인이 자주 하게된 말이 두 가지가 있다.
"어? 나 이거 왜 알고 있지?"
그리고, "나 여길 왜 알고 있는 거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매그놀리아의 눈빛이 조금씩 밝아졌다. 희망 같은 것이 피어올랐다. 발렌타인도 그걸 느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생각하려고 애썼다. 무언가 떠오를 것 같은데, 여전히 안개 속을 더듬는 것처럼 흐릿했다.
나중에는 그런 말도 거의 안 하게 됐다. 그런 기시감조차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함께 성벽을 돌 때 발렌타인이 문득 "이쯤에 개구멍이 있지 않았나?" 하고 물었다. 매그놀리아는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발렌타인은 친구가 많았기때문에 매그놀리아와 공유하지 않는 순간도 많았다.
"이상하네. 분명히 있었던 것 같은데."
발렌타인의 중얼거림을 들은 매그놀리아는 성벽 보수 공사 기록을 찾아봤다. 기록상 그 위치쯤에 흙을 메꿨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렌타인에게 기억이 어느 정도 남아 있다는 증거였다. 가능성을 느낀 매그놀리아의 얼굴이 환해졌다.
"매일 칼질하고, 산책하고. 응. 나도 다 봤어."
돌로레스가 말했다.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기억은 언제 돌아온대?"
"...그.. 조금씩 생각날 듯 말 듯 하긴 한데..."
발렌타인이 우물쭈물했다. 사실 제일 답답한건 발렌타인 본인이었다. 생각하려고 하면 머리가 아팠다. 안개가 걷힐 듯 말 듯, 항상 그 경계에서 멈췄다.
돌로레스가 돌아서며 물었다. 표정이 묘했다.
"혹시 동침은 계속하고 있어?"
침묵이 흘렀다. 잠시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내가 말하는 동침이 단순히 잠만 자는 게 아닌 건 알지?"
모를리가. 매일 밤, 매그놀리아의 침실에 들어가기 전 몸종이 엉덩이 사이에 바를 향유를 준비해뒀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젠 익숙해진 것중에 하나였다. 발렌타인이 떨떠름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근데,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러는 건 좀..."
발렌타인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갔다. 돌로레스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 놀람과 당혹스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매그놀리아를 쳐다봤다.
"이거 설명이 필요한 거 같은데?"
다소 신경질적인 말투에 매그놀리아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른 것 같다는 말엔 저도 동의합니다."
"하."
매그놀리아의 대답을 듣자마자 탄식을 내뱉은 돌로레스가 피곤하다는 듯 고개를 젖히며 눈을 감았다.
"아직 손도 안 잡았습니다."
"..."
"본인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돌로레스는 천천히 눈을 떴다. 한참동안 매그놀리아를 쳐다보며 얼굴을 일그러트리더니 깊은 한숨과 함께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 제발. 매그놀리아 디어.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야. 넌 기억을 잃은 것도 아니잖아."
안그래도 위축된 발렌타인의 앞에서 소리지르고 싶은 충동을 최대한 눌러 참은 돌로레스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매그놀리아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너희 말야..."
고개를 든 돌로레스는 잠깐 할 말을 잊었다. 뻔뻔하게도, 돌로레스가 왜 저러는지 잘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로 발렌타인의 옆에 붙어있는 매그놀리아의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이 웃은 돌로레스가 입을 열었다.
"어릴 때는 주변에서 걱정될 정도로 해댔었잖아. 왜 다 커서 내외하는 거야?"
답답하다는 듯 뱉어진 돌로레스의 말에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난 발렌타인이 새빨갛게 익은 얼굴로 매그놀리아를 홱 돌아봤다.
"네가 나랑 섹스했었다고?"
매그놀리아가 조금 당황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옛날 일일 뿐이니까 부담 갖지 않아도 괜찮"
"언제는 별 사이 아니었다며!"
매그놀리아가 전혀 내색하지 않아서 발렌타인은 정말 몰랐다. 함께 지내는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니까. 듣기로는 과거에 연인이었다는 거 같지만, 매그놀리아가 손대지 않으니 기억이 없는 발렌타인도 거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돌로레스는 지금까지의 대화를 통해 매그놀리아가 함께 지내는 중에 과거에 관한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동침 중에도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도. 협조할 생각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내가 억지로 입맞춰서 겁을 줬었으니까..."
"그야, 그땐 네가 수상하게 굴었잖아! 전투 중인데 갑자기 느닷없이, 막!"
매그놀리아를 향해 꽥꽥거리는 발렌타인의 목소리를 듣고있자니 머리가 아파왔다. 돌로레스는 이마를 짚으며 발렌타인을 향해 말했다.
"몰랐었다니까 말해두는데, 너흰 생도 시절부터 유명했어. 제일 성적이 좋았던 두 명이 그런 사이가 됐으니..."
돌로레스의 말에 입술을 꾹 다문 발렌타인의 귀가 더 빨개졌다.
"스캔들도 제법 컸었지. 모두가 알고 있었어."
발렌타인은 좋든 싫든 트러블메이커였고, 매그놀리아는 독실한 성기사 가문의 꽃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연인 관계가 됐으니 화제가 안 될 수가 없었다.
문득 돌로레스는 생각했다. 일부러 옛날 얘기를 피하는 건가? 좋은 일만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 이거 단델리온이랑 이자를 불러다가 물을 한 번 더 끼얹어야 하나. 도통 협조를 하지 않는 두 사람 때문에 골치가 다 아팠다.
아니.
사실 발렌타인은 그렇다 쳐. 본인도 답답해하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으니까. 문제는 옆에 있는 사람이었다. 돌로레스는 매그놀리아가 이렇게 복병이 될 줄은 몰랐다.
"됐다. 둘다 나가봐."
돌로레스가 손을 휘저었다. 지친 목소리였다.
두 사람을 내보낸 돌로레스는 홀로 남은 방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훈련장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발렌타인이 천진한 미소를 띄우며 경쾌하게 걷고 있었다. 매그놀리아가 부드럽게 웃으며 따라가고 있었다. 발렌타인이 뭔가 물으면 매그놀리아가 어딘가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발렌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마치 옛날의 그들 같았다.
특히 매그놀리아 디어가 웃는 얼굴은 정말로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웃는 방법을 완전히 잊어버린 사람 같았으니까. 방금까지 짜증이 났던 게 무색하게도 돌로레스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창밖의 두 사람은 곧 훈련장으로 사라졌다. 테이블 위의 차가 식어가고 있었다. 김이 더 이상 피어오르지 않았다.
돌로레스는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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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기억
⠀⠀⠀매그놀리아×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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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정확히 어떤 사이였는지 알게 된 발렌타인이 물었다.
"그럼 이런 것도 하고그랬겠네?"
발렌타인이 매그놀리아의 눈을 빤히 보며 손을 잡았다. 매그놀리아의 손은 차갑고 단단했다. 기사의 손이었다. 미동없이 가만히 있던 매그놀리아가 발렌타인과 마주치고있던 시선을 옮겨 제 손을 붙잡은 발렌타인의 손을 내려다봤다.
어쩐지 미적지근한 반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매그놀리아가 조심스럽게 손을 맞잡아왔다. 그 손이 자신의 손을 감싸는 순간, 발렌타인은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이 감촉을 알고 있었다.
이러다가 입을 맞추지 않았던가. 언제 겪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발렌타인은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자기 취향의 근간을 매그놀리아에게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항상 흑발을 가진 아름다운 남자에게 시선을 빼앗겨왔다. 이자도 자기가 검은머리라서 발렌타인이 이렇게 따르는 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을 정도였다. 발렌타인은 농담처럼 던져진 말을 웃어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심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다른 용병단과의 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뒤풀이 파티가 있었을 때 이름도 모르는 남자가 꼬셔서 넘어갔던 적도 있었다. 머리색이 검었기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이자가 가자미 눈을 하고 상대방을 쏘아봤지만, 질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제스처는 취하지 않았었다.
그것들이 전부 이 남자에게서 온 거라면.
그동안 자신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검은머리에 이끌렸던게 매그놀리아 디어를 바래서 였던 거라면.
무심코 매그놀리아의 얼굴을 쳐다보면, 호박을 박아넣은 듯한 눈동자가 계속 발렌타인을 쫓았다. 이정도로 설득력을 갖춘 얼굴이라면 발렌타인도 납득할 수 밖에 없다.
손잡기에 이어 시험삼아 포옹도 한번 해보자며 일어난 발렌타인이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매그놀리아가 반사적으로 받아냈지만 둘 다 침대 위로 쓰러졌다. 부드러운 이불이 두 사람의 무게를 받아냈다. 발렌타인이 매그놀리아의 몸 위에 엎어진 채로 잠시 정적이 흘렀다.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렸다.
"우리... 이거도 했었어?"
발렌타인이 속삭이듯 물었다. 목소리가 낮아져 있었다. 매그놀리아가 입을 열었지만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입술을 가져다 댔다. 탐색하듯 조심스러운 시선과 함께 입술이 닿는 순간 매그놀리아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짧은 입맞춤이었다.
"아닌가? 헷갈리네."
발렌타인이 물러났다가 매그놀리아의 목깃을 손에 움켜쥐고 다시 가까워졌다.
"좀 더 해보면 알거같은데..."
중얼거리며 매그놀리아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 이번엔 고개를 틀어서 좀 더 깊게 입맞추더니 그대로 잡고 있던 목깃을 거칠게 좌우로 뜯어내버렸다. 단추가 옆으로 튀며 바닥에 떨어졌다.
발렌타인은 얼마 전부터 이렇게 하고 싶은 충동을 느껴왔다. 매그놀리아 같은 사람에게 소중하게 여겨지면 아무리 기억이 없어도 호감이 쌓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연인이었다고 해도 이쪽은 기억이 없는 상태라 내내 억눌러왔지만, 이미 선을 넘었던 사이였다는 걸 알고 나니 더 이상 참을 필요도 없었다.
매그놀리아의 몸 위로 올라탄 발렌타인은 찢어진 셔츠를 양옆으로 벌려냈다. 드러난 가슴이 거친 숨을 따라 오르내렸다. 발렌타인의 손이 그 위를 천천히 미끄러졌다. 목, 쇄골, 가슴, 복근을 차례대로 훑으며 내려오던 손이 다시 올라가더니 쇄골에 나있는 작은 흉터를 문질렀다. 어쩐지 눈에 익은 느낌이 들었다. 나 왜 이걸 알고있는거지? 마치 오래전에 익혔던 지도를 다시 더듬어 읽는 것 같았다.
차가운 손끝이 지나갈 때마다 매그놀리아의 살갗에 소름이 돋았다. 발렌타인은 이렇게 아무렇게나 만지는데도 순종적인 태도로 자신의 손길을 받고 있는 매그놀리아의 반응이 만족스러웠다. 눈을 감은 채 숨을 고르며 가만히 기다리는 모습이 마치 기도하는 사람같았다.
발렌타인이 상체를 숙이자 그림자가 매그놀리아의 얼굴을 덮었다. 먼저 이마에 입을 맞춘 발렌타인은 높은 콧대나 뺨같은 부위에 짧은 입맞춤을 흘렸다.
얼굴 위로 떨어지는 발렌타인의 입맞춤을 받고 있던 매그놀리아는 문득 사타구니에 올라앉은 발렌타인이 문지르듯 하반신을 앞뒤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천이 마찰하는 소리는 작았지만 묘하게 선명하게 들렸다. 조금 머뭇거리다가 손을 움직여 허벅지를 더듬자 근육이 긴장했다가 풀리는게 손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살아 있는 것의 온기였다.
혀를 섞는 사이에 발렌타인의 손이 직접 허벅지에서 머무는 매그놀리아의 손을 붙들고 끌어당겼다. 앞쪽로 끌려온 손이 알아서 허리띠와 앞섶을 죄고있는 끈을 풀었다. 답답했던 하반신을 해방시키는 임무를 완수한 매그놀리아의 손은 발렌타인의 기분에 따라 셔츠 아래의 맨 허리를 잡는 포상을 받게됐다. 직물 아래의 체온이 뜨거웠다.
문득 멈칫한 발렌타인은 다시 매그놀리아의 손을 셔츠 밖으로 빼냈다.
"나... 기억을 찾은 것도 아닌데 벌써 이러는 건 역시 좀 그렇지?"
조금 멋쩍게 웃은 발렌타인이 말했다.
"너한테도 예의가 아닌 거 같고."
볼을 긁으며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발렌타인의 허리를 다시 강하게 잡고 주저앉힌 매그놀리아는 그대로 품에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천만에, 이쪽이야말로 이런 충동을 참아왔다.
지난 몇년간의 모든 것을 쏟아내듯이 깊고 절실한 입맞춤에 발렌타인은 잡아먹히는 기분까지 들었다.
싫었다면 기꺼이 제압으로 응했을 상대가 순순히 목에 팔을 두르며 화답하자,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매그놀리아의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등허리를 지나 바지 안으로 기어들어간 손가락이 엉덩이 사이를 문질렀다. 돌로레스가 동침을 명령한 이후로 매일 밤 침실에 가기 전 윤활유가 준비되어 엉덩이에 넣게끔 감시당한 탓에 이미 젖은 상태였다. 구멍을 문지르던 손가락이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길을 내듯 조금씩 왕복하며 깊게 들어왔다. 끙끙대던 발렌타인이 입술을 떨어뜨리고 매그놀리아의 어깨에 이마를 문지르며 거칠게 호흡했다.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닿았다.
잔뜩 발기한 채로 쿠퍼액을 흘리고 있는 제 것을 양손으로 붙잡은 발렌타인은 다시 입술을 붙여오는 매그놀리아를 피하지 못하고 키스를 받았다. 몸이 떨렸다. 안에서 움직이는 손가락과 입술을 파고드는 혀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들었다.
발렌타인은 제 것을 붙잡기만 하고 문지르진 않았다. 꽉 쥐고만 있는 걸 발견하고 맞추고 있던 입을 떼어낸 매그놀리아는 몽롱하게 떠진 눈을 들여다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안 참아도 돼."
속삭임이 귓가에 닿았다.
"뭘? 아..."
발렌타인은 그제서야 제 손이 자신의 성기를 붙잡고 있다는 걸 알았다.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몰랐어. 내가 참고 있는 거야?"
오히려 되묻는 탓에 매그놀리아는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가슴속 어딘가가 저렸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왜 이러는지 알아?"
발렌타인의 질문에 조금 뜸을 들이던 매그놀리아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마도, 나랑 같이 가려고 생긴 버릇일거야."
발렌타인의 눈이 흔들렸다. 뭔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참지 말고 내 것도 꺼내서 같이 문질러 줘."
나직히 전해지는 청과 함께 구멍에서 빠져나온 매그놀리아의 손이 자기 것을 붙들고 있는 발렌타인의 두 손 중 하나를 부드럽게 끌어다가 바지춤을 붙잡게 했다.
직물 아래에서 형태를 드러내고 있던 묵직한 것이 바지를 아래로 끌어내리자 무게감 있게 튀어나왔다. 공기가 닿자 미세하게 떨렸다. 남근의 모양과 크기에 발렌타인이 목울대를 울리며 침을 삼켰다. 자신의 것보다 크고 핏줄이 선명했다.
덜덜 떨리는 양손으로 두 개를 겹쳐서 붙잡자, 뜨거운 열기와 맥박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매그놀리아가 그 위로 제 손을 올리고 천천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친 손이 부드럽게 이끌었다. 두 개가 함께 문질러지는 감각에 발렌타인의 허리가 바로 무너졌다. 완전히 매그놀리아의 몸에 기댄 꼴로 신음하며 도망칠 것처럼 허리를 들썩였는데, 매그놀리아가 더 강한 힘으로 끌어안으며 발렌타인이 못 떨어지게 했다. 매그놀리아의 입술이 목덜미에 닿았다. 뜨거운 숨결이 피부를 간지럽히다가 이빨이 살짝 피부를 물었다.
"아..."
발렌타인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매그놀리아의 손이 계속 움직였다. 느리고 꾸준하게. 두 개가 함께 쓸려 올라갔다 내려왔다. 쿠퍼액이 손에 묻어 미끄러웠다. 손바닥이 귀두를 지날 때마다 발렌타인이 몸을 떨었다.
"매그..."
이름을 부르려다 못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얼마 안 가 사정한 발렌타인이 가쁘게 숨을 고르며 매그놀리아에게 몸을 기대고 있었다. 온몸에 땀이 배어서 젖은 셔츠가 피부에 달라붙었다. 손과 배에 끈적한 것이 묻어 있었다.
문득 단단한 것이 아랫배를 누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매그놀리아가 발렌타인을 뒤로 눕혔다. 발렌타인이 입고 있던 셔츠 밑단을 잡고 위로 끌어올려서 가슴을 노출시킨 매그놀리아는 감춰져 있던 유두를 바로 입에 집어넣고 빨아댔다.
"으악!"
색기 없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너무 놀라서 매그놀리아의 어깨를 밀어내던 발렌타인은 곧 가슴이 빨리는 감각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했다. 뜨거운 입안의 감촉, 혀로 핥는 감각, 이빨로 살짝 깨무는 느낌. 손이 매그놀리아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밀어내는 건지 끌어당기는 건지 알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손가락 사이로 검은 머리카락이 빠져나갔다.
유두를 빨다가 떨어진 매그놀리아에게 키스를 요구당하면 발렌타인은 제 의지로 입을 벌려 혀를 내어줬다. 키스하는 동안에도 매그놀리아의 손이 유두를 계속 자극하는 탓에 발렌타인은 끙끙대며 허리를 들썩였다. 손가락이 빨개진 유두를 비틀고 문질렀다. 너무 예민해져서 손만 닿았는데도 사지가 들썩였다.
사타구니 사이에 자리 잡은 매그놀리아의 몸 탓에 다리를 모을 수도 없었다.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발가락이나 오므려대던 발렌타인은 매그놀리아의 집요한 애무에 너무 느껴서 결국 손 한번 대지않고 절정했다. 허리를 뒤로 한껏 젖힌 채 경련하던 몸이 한참 뒤에나 풀어졌다. 작게 울먹이는 소리가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눈에 눈물이 맺혔다.
매그놀리아도 발렌타인의 가슴을 빠는 동안 자위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손으로 사정했다. 발렌타인의 배 위로 뜨거운 것이 튀었다. 하얀 액체가 땀에 젖은 피부 위로 흘러내렸다.
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거친 숨소리만 방 안에 울렸다.
돌로레스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기억나게 만들라고 했지만 매그놀리아는 듣지않았다. 명령 불복종이었지만 상관없었다. 물론 돌로레스도 매그놀리아가 따르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때문에 기억을 찾을 의지가 없는 발렌타인보다도, 찾게해야 할 의무가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않는 매그놀리아 쪽을 문책하며 있는 대로 성질을 부려대는 것이다.
매그놀리아의 입장은 언제나 하나 뿐, 발렌타인의 마음이 가장 중요했다. 한 침대에서 잠이 들고 함께 눈을 뜨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처럼 느껴져서 울고싶은 기분이었다. 매그놀리아는 어떤 관계도 강제하지 않았다.
다만 자위는 했다. 안 하면 발렌타인만 옆에 있어도 사춘기 소년처럼 아랫도리가 반응했으니까. 오랫동안 그런 감각을 잊고 살아서 방심했다. 발렌타인도 바지 위로 윤곽을 드러내는 그걸 볼 때마다 어딘가 어색하게 굴었다. 그래서 매그놀리아는 몇년만에 발기한 제 것을 움켜쥘 수 밖에 없었다. 밤이 되면 발렌타인이 자신과의 동침을 위해 기름으로 뒤를 적셔 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생각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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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기억
⠀⠀⠀매그놀리아×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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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놀이는 언제까지 할 생각이야?"
이 날도 매그놀리아가 공개적으로 혼나는 날이었다.
기억의 주체인 발렌타인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자기 일인데도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이었다.
"나 말야, 꽤 시간을 줬다고 생각하는데."
돌로레스의 목소리에 짜증이 가득했다. 화가 났다기보다는 지친 것 같았다. 옛날에 했던 걸 지금 차근차근 해보고 있다고 매그놀리아가 설명했다. 발렌타인도 원래 생활하던 공간이었던 탓인지 어느 정도는 자연스럽게 익혔다.
말그대로였다. 진전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최근 발렌타인이 자주 하게된 말이 두 가지가 있다.
"어? 나 이거 왜 알고 있지?"
그리고, "나 여길 왜 알고 있는 거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매그놀리아의 눈빛이 조금씩 밝아졌다. 희망 같은 것이 피어올랐다. 발렌타인도 그걸 느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생각하려고 애썼다. 무언가 떠오를 것 같은데, 여전히 안개 속을 더듬는 것처럼 흐릿했다.
나중에는 그런 말도 거의 안 하게 됐다. 그런 기시감조차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함께 성벽을 돌 때 발렌타인이 문득 "이쯤에 개구멍이 있지 않았나?" 하고 물었다. 매그놀리아는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발렌타인은 친구가 많았기때문에 매그놀리아와 공유하지 않는 순간도 많았다.
"이상하네. 분명히 있었던 것 같은데."
발렌타인의 중얼거림을 들은 매그놀리아는 성벽 보수 공사 기록을 찾아봤다. 기록상 그 위치쯤에 흙을 메꿨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렌타인에게 기억이 어느 정도 남아 있다는 증거였다. 가능성을 느낀 매그놀리아의 얼굴이 환해졌다.
"매일 칼질하고, 산책하고. 응. 나도 다 봤어."
돌로레스가 말했다.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기억은 언제 돌아온대?"
"...그.. 조금씩 생각날 듯 말 듯 하긴 한데..."
발렌타인이 우물쭈물했다. 사실 제일 답답한건 발렌타인 본인이었다. 생각하려고 하면 머리가 아팠다. 안개가 걷힐 듯 말 듯, 항상 그 경계에서 멈췄다.
돌로레스가 돌아서며 물었다. 표정이 묘했다.
"혹시 동침은 계속하고 있어?"
침묵이 흘렀다. 잠시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내가 말하는 동침이 단순히 잠만 자는 게 아닌 건 알지?"
모를리가. 매일 밤, 매그놀리아의 침실에 들어가기 전 몸종이 엉덩이 사이에 바를 향유를 준비해뒀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젠 익숙해진 것중에 하나였다. 발렌타인이 떨떠름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근데,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러는 건 좀..."
발렌타인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갔다. 돌로레스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 놀람과 당혹스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매그놀리아를 쳐다봤다.
"이거 설명이 필요한 거 같은데?"
다소 신경질적인 말투에 매그놀리아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른 것 같다는 말엔 저도 동의합니다."
"하."
매그놀리아의 대답을 듣자마자 탄식을 내뱉은 돌로레스가 피곤하다는 듯 고개를 젖히며 눈을 감았다.
"아직 손도 안 잡았습니다."
"..."
"본인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돌로레스는 천천히 눈을 떴다. 한참동안 매그놀리아를 쳐다보며 얼굴을 일그러트리더니 깊은 한숨과 함께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 제발. 매그놀리아 디어.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야. 넌 기억을 잃은 것도 아니잖아."
안그래도 위축된 발렌타인의 앞에서 소리지르고 싶은 충동을 최대한 눌러 참은 돌로레스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매그놀리아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너희 말야..."
고개를 든 돌로레스는 잠깐 할 말을 잊었다. 뻔뻔하게도, 돌로레스가 왜 저러는지 잘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로 발렌타인의 옆에 붙어있는 매그놀리아의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이 웃은 돌로레스가 입을 열었다.
"어릴 때는 주변에서 걱정될 정도로 해댔었잖아. 왜 다 커서 내외하는 거야?"
답답하다는 듯 뱉어진 돌로레스의 말에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난 발렌타인이 새빨갛게 익은 얼굴로 매그놀리아를 홱 돌아봤다.
"네가 나랑 섹스했었다고?"
매그놀리아가 조금 당황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옛날 일일 뿐이니까 부담 갖지 않아도 괜찮"
"언제는 별 사이 아니었다며!"
매그놀리아가 전혀 내색하지 않아서 발렌타인은 정말 몰랐다. 함께 지내는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니까. 듣기로는 과거에 연인이었다는 거 같지만, 매그놀리아가 손대지 않으니 기억이 없는 발렌타인도 거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돌로레스는 지금까지의 대화를 통해 매그놀리아가 함께 지내는 중에 과거에 관한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동침 중에도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도. 협조할 생각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내가 억지로 입맞춰서 겁을 줬었으니까..."
"그야, 그땐 네가 수상하게 굴었잖아! 전투 중인데 갑자기 느닷없이, 막!"
매그놀리아를 향해 꽥꽥거리는 발렌타인의 목소리를 듣고있자니 머리가 아파왔다. 돌로레스는 이마를 짚으며 발렌타인을 향해 말했다.
"몰랐었다니까 말해두는데, 너흰 생도 시절부터 유명했어. 제일 성적이 좋았던 두 명이 그런 사이가 됐으니..."
돌로레스의 말에 입술을 꾹 다문 발렌타인의 귀가 더 빨개졌다.
"스캔들도 제법 컸었지. 모두가 알고 있었어."
발렌타인은 좋든 싫든 트러블메이커였고, 매그놀리아는 독실한 성기사 가문의 꽃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연인 관계가 됐으니 화제가 안 될 수가 없었다.
문득 돌로레스는 생각했다. 일부러 옛날 얘기를 피하는 건가? 좋은 일만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 이거 단델리온이랑 이자를 불러다가 물을 한 번 더 끼얹어야 하나. 도통 협조를 하지 않는 두 사람 때문에 골치가 다 아팠다.
아니.
사실 발렌타인은 그렇다 쳐. 본인도 답답해하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으니까. 문제는 옆에 있는 사람이었다. 돌로레스는 매그놀리아가 이렇게 복병이 될 줄은 몰랐다.
"됐다. 둘다 나가봐."
돌로레스가 손을 휘저었다. 지친 목소리였다.
두 사람을 내보낸 돌로레스는 홀로 남은 방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훈련장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발렌타인이 천진한 미소를 띄우며 경쾌하게 걷고 있었다. 매그놀리아가 부드럽게 웃으며 따라가고 있었다. 발렌타인이 뭔가 물으면 매그놀리아가 어딘가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발렌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마치 옛날의 그들 같았다.
특히 매그놀리아 디어가 웃는 얼굴은 정말로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웃는 방법을 완전히 잊어버린 사람 같았으니까. 방금까지 짜증이 났던 게 무색하게도 돌로레스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창밖의 두 사람은 곧 훈련장으로 사라졌다. 테이블 위의 차가 식어가고 있었다. 김이 더 이상 피어오르지 않았다.
돌로레스는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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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기억
⠀⠀⠀매그놀리아×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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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정확히 어떤 사이였는지 알게 된 발렌타인이 물었다.
"그럼 이런 것도 하고그랬겠네?"
발렌타인이 매그놀리아의 눈을 빤히 보며 손을 잡았다. 매그놀리아의 손은 차갑고 단단했다. 기사의 손이었다. 미동없이 가만히 있던 매그놀리아가 발렌타인과 마주치고있던 시선을 옮겨 제 손을 붙잡은 발렌타인의 손을 내려다봤다.
어쩐지 미적지근한 반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매그놀리아가 조심스럽게 손을 맞잡아왔다. 그 손이 자신의 손을 감싸는 순간, 발렌타인은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이 감촉을 알고 있었다.
이러다가 입을 맞추지 않았던가. 언제 겪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발렌타인은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자기 취향의 근간을 매그놀리아에게서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항상 흑발을 가진 아름다운 남자에게 시선을 빼앗겨왔다. 이자도 자기가 검은머리라서 발렌타인이 이렇게 따르는 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을 정도였다. 발렌타인은 농담처럼 던져진 말을 웃어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심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다른 용병단과의 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뒤풀이 파티가 있었을 때 이름도 모르는 남자가 꼬셔서 넘어갔던 적도 있었다. 머리색이 검었기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이자가 가자미 눈을 하고 상대방을 쏘아봤지만, 질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제스처는 취하지 않았었다.
그것들이 전부 이 남자에게서 온 거라면.
그동안 자신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검은머리에 이끌렸던게 매그놀리아 디어를 바래서 였던 거라면.
무심코 매그놀리아의 얼굴을 쳐다보면, 호박을 박아넣은 듯한 눈동자가 계속 발렌타인을 쫓았다. 이정도로 설득력을 갖춘 얼굴이라면 발렌타인도 납득할 수 밖에 없다.
손잡기에 이어 시험삼아 포옹도 한번 해보자며 일어난 발렌타인이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매그놀리아가 반사적으로 받아냈지만 둘 다 침대 위로 쓰러졌다. 부드러운 이불이 두 사람의 무게를 받아냈다. 발렌타인이 매그놀리아의 몸 위에 엎어진 채로 잠시 정적이 흘렀다.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렸다.
"우리... 이거도 했었어?"
발렌타인이 속삭이듯 물었다. 목소리가 낮아져 있었다. 매그놀리아가 입을 열었지만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입술을 가져다 댔다. 탐색하듯 조심스러운 시선과 함께 입술이 닿는 순간 매그놀리아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짧은 입맞춤이었다.
"아닌가? 헷갈리네."
발렌타인이 물러났다가 매그놀리아의 목깃을 손에 움켜쥐고 다시 가까워졌다.
"좀 더 해보면 알거같은데..."
중얼거리며 매그놀리아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 이번엔 고개를 틀어서 좀 더 깊게 입맞추더니 그대로 잡고 있던 목깃을 거칠게 좌우로 뜯어내버렸다. 단추가 옆으로 튀며 바닥에 떨어졌다.
발렌타인은 얼마 전부터 이렇게 하고 싶은 충동을 느껴왔다. 매그놀리아 같은 사람에게 소중하게 여겨지면 아무리 기억이 없어도 호감이 쌓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연인이었다고 해도 이쪽은 기억이 없는 상태라 내내 억눌러왔지만, 이미 선을 넘었던 사이였다는 걸 알고 나니 더 이상 참을 필요도 없었다.
매그놀리아의 몸 위로 올라탄 발렌타인은 찢어진 셔츠를 양옆으로 벌려냈다. 드러난 가슴이 거친 숨을 따라 오르내렸다. 발렌타인의 손이 그 위를 천천히 미끄러졌다. 목, 쇄골, 가슴, 복근을 차례대로 훑으며 내려오던 손이 다시 올라가더니 쇄골에 나있는 작은 흉터를 문질렀다. 어쩐지 눈에 익은 느낌이 들었다. 나 왜 이걸 알고있는거지? 마치 오래전에 익혔던 지도를 다시 더듬어 읽는 것 같았다.
차가운 손끝이 지나갈 때마다 매그놀리아의 살갗에 소름이 돋았다. 발렌타인은 이렇게 아무렇게나 만지는데도 순종적인 태도로 자신의 손길을 받고 있는 매그놀리아의 반응이 만족스러웠다. 눈을 감은 채 숨을 고르며 가만히 기다리는 모습이 마치 기도하는 사람같았다.
발렌타인이 상체를 숙이자 그림자가 매그놀리아의 얼굴을 덮었다. 먼저 이마에 입을 맞춘 발렌타인은 높은 콧대나 뺨같은 부위에 짧은 입맞춤을 흘렸다.
얼굴 위로 떨어지는 발렌타인의 입맞춤을 받고 있던 매그놀리아는 문득 사타구니에 올라앉은 발렌타인이 문지르듯 하반신을 앞뒤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천이 마찰하는 소리는 작았지만 묘하게 선명하게 들렸다. 조금 머뭇거리다가 손을 움직여 허벅지를 더듬자 근육이 긴장했다가 풀리는게 손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살아 있는 것의 온기였다.
혀를 섞는 사이에 발렌타인의 손이 직접 허벅지에서 머무는 매그놀리아의 손을 붙들고 끌어당겼다. 앞쪽로 끌려온 손이 알아서 허리띠와 앞섶을 죄고있는 끈을 풀었다. 답답했던 하반신을 해방시키는 임무를 완수한 매그놀리아의 손은 발렌타인의 기분에 따라 셔츠 아래의 맨 허리를 잡는 포상을 받게됐다. 직물 아래의 체온이 뜨거웠다.
문득 멈칫한 발렌타인은 다시 매그놀리아의 손을 셔츠 밖으로 빼냈다.
"나... 기억을 찾은 것도 아닌데 벌써 이러는 건 역시 좀 그렇지?"
조금 멋쩍게 웃은 발렌타인이 말했다.
"너한테도 예의가 아닌 거 같고."
볼을 긁으며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발렌타인의 허리를 다시 강하게 잡고 주저앉힌 매그놀리아는 그대로 품에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천만에, 이쪽이야말로 이런 충동을 참아왔다.
지난 몇년간의 모든 것을 쏟아내듯이 깊고 절실한 입맞춤에 발렌타인은 잡아먹히는 기분까지 들었다.
싫었다면 기꺼이 제압으로 응했을 상대가 순순히 목에 팔을 두르며 화답하자,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매그놀리아의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등허리를 지나 바지 안으로 기어들어간 손가락이 엉덩이 사이를 문질렀다. 돌로레스가 동침을 명령한 이후로 매일 밤 침실에 가기 전 윤활유가 준비되어 엉덩이에 넣게끔 감시당한 탓에 이미 젖은 상태였다. 구멍을 문지르던 손가락이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길을 내듯 조금씩 왕복하며 깊게 들어왔다. 끙끙대던 발렌타인이 입술을 떨어뜨리고 매그놀리아의 어깨에 이마를 문지르며 거칠게 호흡했다.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닿았다.
잔뜩 발기한 채로 쿠퍼액을 흘리고 있는 제 것을 양손으로 붙잡은 발렌타인은 다시 입술을 붙여오는 매그놀리아를 피하지 못하고 키스를 받았다. 몸이 떨렸다. 안에서 움직이는 손가락과 입술을 파고드는 혀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들었다.
발렌타인은 제 것을 붙잡기만 하고 문지르진 않았다. 꽉 쥐고만 있는 걸 발견하고 맞추고 있던 입을 떼어낸 매그놀리아는 몽롱하게 떠진 눈을 들여다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안 참아도 돼."
속삭임이 귓가에 닿았다.
"뭘? 아..."
발렌타인은 그제서야 제 손이 자신의 성기를 붙잡고 있다는 걸 알았다.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몰랐어. 내가 참고 있는 거야?"
오히려 되묻는 탓에 매그놀리아는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가슴속 어딘가가 저렸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왜 이러는지 알아?"
발렌타인의 질문에 조금 뜸을 들이던 매그놀리아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마도, 나랑 같이 가려고 생긴 버릇일거야."
발렌타인의 눈이 흔들렸다. 뭔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참지 말고 내 것도 꺼내서 같이 문질러 줘."
나직히 전해지는 청과 함께 구멍에서 빠져나온 매그놀리아의 손이 자기 것을 붙들고 있는 발렌타인의 두 손 중 하나를 부드럽게 끌어다가 바지춤을 붙잡게 했다.
직물 아래에서 형태를 드러내고 있던 묵직한 것이 바지를 아래로 끌어내리자 무게감 있게 튀어나왔다. 공기가 닿자 미세하게 떨렸다. 남근의 모양과 크기에 발렌타인이 목울대를 울리며 침을 삼켰다. 자신의 것보다 크고 핏줄이 선명했다.
덜덜 떨리는 양손으로 두 개를 겹쳐서 붙잡자, 뜨거운 열기와 맥박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매그놀리아가 그 위로 제 손을 올리고 천천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친 손이 부드럽게 이끌었다. 두 개가 함께 문질러지는 감각에 발렌타인의 허리가 바로 무너졌다. 완전히 매그놀리아의 몸에 기댄 꼴로 신음하며 도망칠 것처럼 허리를 들썩였는데, 매그놀리아가 더 강한 힘으로 끌어안으며 발렌타인이 못 떨어지게 했다. 매그놀리아의 입술이 목덜미에 닿았다. 뜨거운 숨결이 피부를 간지럽히다가 이빨이 살짝 피부를 물었다.
"아..."
발렌타인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매그놀리아의 손이 계속 움직였다. 느리고 꾸준하게. 두 개가 함께 쓸려 올라갔다 내려왔다. 쿠퍼액이 손에 묻어 미끄러웠다. 손바닥이 귀두를 지날 때마다 발렌타인이 몸을 떨었다.
"매그..."
이름을 부르려다 못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얼마 안 가 사정한 발렌타인이 가쁘게 숨을 고르며 매그놀리아에게 몸을 기대고 있었다. 온몸에 땀이 배어서 젖은 셔츠가 피부에 달라붙었다. 손과 배에 끈적한 것이 묻어 있었다.
문득 단단한 것이 아랫배를 누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매그놀리아가 발렌타인을 뒤로 눕혔다. 발렌타인이 입고 있던 셔츠 밑단을 잡고 위로 끌어올려서 가슴을 노출시킨 매그놀리아는 감춰져 있던 유두를 바로 입에 집어넣고 빨아댔다.
"으악!"
색기 없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너무 놀라서 매그놀리아의 어깨를 밀어내던 발렌타인은 곧 가슴이 빨리는 감각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했다. 뜨거운 입안의 감촉, 혀로 핥는 감각, 이빨로 살짝 깨무는 느낌. 손이 매그놀리아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밀어내는 건지 끌어당기는 건지 알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손가락 사이로 검은 머리카락이 빠져나갔다.
유두를 빨다가 떨어진 매그놀리아에게 키스를 요구당하면 발렌타인은 제 의지로 입을 벌려 혀를 내어줬다. 키스하는 동안에도 매그놀리아의 손이 유두를 계속 자극하는 탓에 발렌타인은 끙끙대며 허리를 들썩였다. 손가락이 빨개진 유두를 비틀고 문질렀다. 너무 예민해져서 손만 닿았는데도 사지가 들썩였다.
사타구니 사이에 자리 잡은 매그놀리아의 몸 탓에 다리를 모을 수도 없었다.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발가락이나 오므려대던 발렌타인은 매그놀리아의 집요한 애무에 너무 느껴서 결국 손 한번 대지않고 절정했다. 허리를 뒤로 한껏 젖힌 채 경련하던 몸이 한참 뒤에나 풀어졌다. 작게 울먹이는 소리가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눈에 눈물이 맺혔다.
매그놀리아도 발렌타인의 가슴을 빠는 동안 자위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손으로 사정했다. 발렌타인의 배 위로 뜨거운 것이 튀었다. 하얀 액체가 땀에 젖은 피부 위로 흘러내렸다.
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거친 숨소리만 방 안에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