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229*11:55 오소마츠는 좀 자기 지위에 비해 여기저기 골탕먹이고 다니는 악마임... 한가했던 어느날 그냥 공중을 부유하면서 밑을 내려다보고있었음. 어떤 낚시꾼이 낚시하고있길래 골려주려고 낚시대를 놓치게하고 지켜보면서 낄낄 거리고있었는데,갑자기 나타난 강의 여신 쵸로마츠가 낚시꾼에게 아수라상과 히지리사와 쇼노스케를 안겨주는걸 보고 어? 하게됨. 얼굴이 닮은 것도 좀 흥미롭고... 뭔가 자기가 벌여둔 일을 간단하게 해결해버린거 같아서 분하 다고 해야할지 한방먹었네 같은느낌? 여튼 저 강의 여신에 대한 생각에 악마오소마츠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음.
처음 불러내려고 낚시대를 던졌을때는........ 던지고도 한참을 안나와서 밖에 있는게 악마인걸 알아챘나- 유황냄새도 나름 없앴건데 싶었는데 곧 수면이 빛나더니, "저는 강의 여신, 그대가 떨군것이 이 강철의 아수라상입니까, 젤리아수라상입니까?" 오소마츠는 조금 할말을 잊었음. "아..... 아~아냐 틀렸어. 오소마츠상이 흘린건 그 아수라상모양 딜도따위가 아니고 낚시대라구??? 헤에, 강의 여신이라 해도 별거아니네~" 저번의 그 낚시꾼과 같은 질문을 하는 선한 얼굴에 오소마츠는 일부러 천박한 말투로 도발해봄. "정직하군요^^ 당신에게 상으로 히지리사와 쇼노스케를 드리겠습니다." "대체 몇개나 있는거냐 히지리사와 쇼노스케!!! 아 아니이게아니고 이봐 여신 기다려!!!" 뒤도 안돌아보고 수면 아래로 들어가버리는 탓에 악마 오소마츠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음.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계속해서 낚시대를 떨궜는데 항상 여신은 양손에 아수라상을 들고 매크로라도 돌린듯이 똑같은 질문만 건냈고, 그에 대한 답변을 조금 다르게... "ㅇㅇ 그거두개다 내꺼!" 라고 해도 "당신은 자신의 욕구에 솔직하군요^^ 그런당신에게 히지리사와 쇼노스케를..." 거절은 기각이었음. 사실 이쯤되면 그냥 히지리사와 쇼노스케를 넘기기위해서 그런게아닐까싶었음.
살짝 재미만 보고 그만두려고했는데.. 제 도발에 응대하는 여신의 무심한 반응에 오기가 발동했던 오소마츠의 둥지에는 이미 히지리사와 쇼노스케가 넘쳐났음. 이쯤에서 문득 오소마츠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깨닫게 되었는데, 자신은 악마였음. 빠칭코에 가기위해 오랜 친우에게 아무렇게나 돈을 빌리고 남동생이 갓챠를 돌려서 얻어낸 티켓으로 찾아간 아이돌팬미팅을 방해하고 남동생을 물에 빠트리고 남동생의 알바처에서 진상을 떨어댈줄아는 악마였음. 사람을 엿먹이는 일에는 도가 텄는데, 그런 자신이 8번씩이나 만났는데도 순백의 여신하나조차 검게 물들이지못한다 이건 말이 안됐음.
"야!! 연못에 돌던지지마 망할 장남색꺄!!!!!!!" "아~ 정말 다짜고짜 소리지르기야?? 어쩔수없었다구? 여신님이 상대를 안해주니까 말이지~?"
오소마츠는 다소 불량하게 가로 누운채 코를 파며 쵸로마츠를 올려다봤음. 드물게 씩씩 거리는 모습에 오소마츠는 속으로 조금 만족했음. 처음부터 강을 더럽히는게 더 빨랐으려나, 유황부터 뿌릴걸 그랬나 하는 지극히 악마적인 발상을 했지만 오소마츠는 그렇게까지 하고싶진 않았음. 그냥 여신이랑 몇마디 나누고 싶었을뿐이라. 재밌는건 지금부터라고 생각했음.
"아니면 내가 악마라서 그런가~" "에, 아니... 그건 딱히 상관없는데." "에? 악마인거 알고있었어?" "아니, 애초에 모르는게 더 이상하잖아. 유황냄새가 나는 걸."
나름 회심의 발언이었는데 아무렇지않게 받아치는 쵸로마츠의 대답에 오소마츠는 자세를 고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음. 그럼 악마인 자신이 연못밖에서 기다리고있다는걸 알면서도 기어나와 매번 뻔뻔한 얼굴로 히지리사와 쇼노스케를 안겨준 것인가. 단지 놀란얼굴을 보고싶었을뿐인데 이건 이것나름대로 흥미로웠음. 한쪽 허벅지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괸 오소마츠는 눈을 가늘게 뜨며 숨겨놨던 뿔이나 꼬리 등을 드러냈음. "흐응~ 그럼 이래도돼?" 쵸로마츠는 살짝 당황한듯 보였음. 항상 꾹 다물려있던 세모입이 살짝 벌어졌기때문에. 뭐 조금 귀여울지도. 평소와는 다른 반응이 오니까 이제야 좀 재밌어지는거 같았음. 진작에 이럴걸 그랬나.
🌿151229*12:01 "....뭐.. 악마랑 얘기하면 안된다는 법같은것도 없었으니까.... 없었던가.. 괜찮겠지?" "의문문인거야?" "이전까지는 그래도 사람같았으니까... 괜찮은건가, 잠깐 내려가서 물어보고올게." "아니아니아니아니 잠깐 기다려봐, 보통 이런때는 비밀로 하잖아??? 그도그럴게 우리말야, 악마와 여신이라구? 내가 인간모습이긴했지만, 유황냄새 풀풀 풍기면서 벌써 일주일도 넘게 모른척하고 만나왔는데???" 금방 평정을 되찾는가 싶더니 동요하며 내려가서 물어보고오겠다느니 어린애같은 말을 하기에 오소마츠는 다급하게 쵸로마츠를 말렸음. 아마 내려가서 물어보기라도 한다면 두번다시 못볼거같달지, 말그대로 신과 악마라니 터부시되는 관계잖아. 쵸로마츠는 가만히 오소마츠를 내려다보고만있었음. 안내려가기로 결정한듯 싶었음.
"안내려가봐도 뻔하잖아?"
괜히 상냥한척 한마디 더 덧붙이며 오소마츠는 가볍게 몸을 띄워 쵸로마츠가 서있는 앞까지 다가갔음. 여신이니까 혹시 주변에 결계같은거라도 있을까 싶었는데 전혀 없어서 왠지 안심했음. 있어도 여신에게 배리어가 있는건 어떻게보면 당연한 일이라 딱히 상관없었고... 이것보다 더 가까이 갈생각도 없었지만서도. 아니다 조금더 가고싶었을지도. 가고싶었나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게 궁금해. 오소마츠는 조금 빠르게 제 욕구를 인정했음. 악마를 눈앞에 두고도 미동없는 여신에 대한 호기심이 컸음. 이 악마 오소마츠에 비하면 기껏해야 동네의 작은 강 여신에 불과한데 특별한 힘이 있어보이지도 않고, 무슨 물건을 빠트리건간에 항상 끝은 히지리사와 쇼노스케나 안겨주고, 어떻게보면 무능하기까지하지만 어딘가 덤덤한 구석이 조금 맘에 들었음.
쵸로마츠입장에선 처음엔 겁이난게 맞았음. 오소마츠의 생각대로 별볼일없는 강의 여신일뿐인데 대뜸 인간의 모습을 한 악마가 강 아래까지 느껴질정도로 유황냄새를 풍기며 찾아와서는 낚시대를 던져대니까 어떻게 해야할지몰라서 조금 헤맸음. 선대가 남겨둔 메뉴얼을 찾아봐도 악마가 찾아와서 낚시대를 던졌을 경우에 대한건 일절 적혀있지않아서 당황해하다가 결국 평범하게 나간게 첫날이었음. 그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계속해서 찾아올줄은 몰랐지만 나중에는 이쪽도 조금 익숙해져서 던져오는 돌에 맞대응할정도는 됐음.
🌿151229*12:02 "사실 내려간다해도 별거없지만.." "하? 악마한테 거짓말한거야? 나쁜 여신님이네~"
상냥하게 달래는듯한 말투에 조금 찔려서 솔직하게 말하자 눈높이를 유지한채 공중을 부유하던 악마는 제 눈을 가늘게 휘며 웃었음.
하늘에 석양도 지고 이쪽은 밤에 활동하니까, 슬슬 가봐야겠다고 말을 꺼낸 오소마츠는 그때까지 가만있던 쵸로마츠가 아, 하며 강밑으로 내려가려고 하는걸 말렸음.
"인사도 안하고 들어가려고???" "아니, 네가 돌던져서 급하게 올라오느라 아무것도 못챙겨서."
"아아.... 널 만나려고 그랬던거라 딱히 상관없는데." 문득 너무 솔직했나 싶었던 악마는 어깨를 으쓱, 하며 "아니 뭐, 히지리사와 쇼노스케도 충분히 있고." 하며 덧붙였음. 아, 또 벌어진다. 오소마츠는 세모입이 살짝 벌어졌다가 다물어졌다가를 반복하는걸 지켜봤음. 어떻게하면 잘가라는 말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다음 만날 약속도 잡고 그런데 난 너를 절대 기다리지않을것이다 나도 내 시간이있다 라는걸 연출할수있을지에대한 고민을 하는거같았음. 어차피 겨울이라 강을 찾는 사람도 없는거 다아는데. 선수칠까. 아니 그건 상관없고, 내가 궁금한건.
"그...잘가.." "음, 그건 됐고, 이름이 뭐야." "어어?" "빨리" "쵸로마츠??" "의문문?" "아, 그게, 저, 이름이 있어도 불러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여신은 자신조차도 오랜만에 입밖으로 꺼내본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음. 처음으로 보는 웃는얼굴에, 쵸로마츠의 머리 위로 둥둥떠있던 오소마츠는 다시 바닥으로 내려왔음.
"난 오소마츠." "어?"
갑작스레 확 눈 앞으로 다가오는 얼굴에 쵸로마츠는 소리도 못낼정도로 놀라서 잠깐 굳었음. 뚝, 하는 작은 소리에 정신을 차린 쵸로마츠가 자신에게서 조금 멀어진 오소마츠를 쳐다보자 오소마츠는 "내일 또올게." 하고 말하며 몸을 띄우며 손아귀에 든걸 쵸로마츠에게 확인시켜줬음. 나뭇잎이었는데, 그것이 제 머리에 붙어있던 것이라는걸 쵸로마츠는 바로 알았음. 좀더 공중으로 뜬 오소마츠는 쵸로마츠에게서 뜯어낸 나뭇잎에 키스했음.
"잘자, 쵸로마츠."
월광을 등진 탓에 얼굴이 보이지않았음. 오소마츠가 떠난 자리엔 악마의 키스를 받고 시들어버린 나뭇잎들만 뒹굴고 있었음.